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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서쪽 한 켠

초원과 산지가 혼재 된 광활한 지형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이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다름 아닌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이다.

​태초에 혼이 얽힌 인간과 독수리의 후손인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서로의 힘과 지혜를 빌려주는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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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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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강과 호수, 산맥과 초원-

우리가 태어나 살아가는 곳이자 죽어 바람결에 사라질 곳

​그 광활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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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보 ]와 [ 사슴돌 ]을 클릭하면 연관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강 잡사르 산

주위의 그 어떤 산보다 높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여 많은 이들에게 신성시되는 성산(聖山)이다.

​봉우리에 사시사철 만년설이 쌓여있을 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이 맞닿는 중간이라 하여

차강 잡사르- 즉, '백간(白間)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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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강=희다 / 잡사르=중간 )이라는 뜻

     비단 눈물 강

: 차강 잡사르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흘러 강이 된 것으로, 강 바닥이 그대로 비쳐 보일 만큼 맑은 강이다.

초원에 존재하는 모든 강과 호수, 연못과 계곡의 근원으로 '초원의 젖줄'이라 불린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똑 닮은 쌍둥이 강이라는 옛이야기가 알음알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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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그릇 호수

: 비단 눈물 강과 주위의 다른 강들이 한 곳에 모여 생긴 큰 호수로, 주위의 풍광이 거울처럼 그대로 비쳐 보인다 하여

언젠가부터 본래 이름보다도 '거울 그릇'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히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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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은 뿔 산

: 차강 잡사르 산과 같은 산맥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자식 산이다.

​산양의 둥그런 뿔처럼 굽은 반달 모양이라 하여 '굽은 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이 먼저였는지 그곳에 사는 산양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굽은 뿔 산에 사는 산양의 뿔은 유독 크고 훌륭한 것으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다.

그 탓에 사냥철이 되면 ​산양 뿔을 얻기 위해 많은 이들이 굽은 뿔 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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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형제 강

: 거울 그릇 호수의 물이 빠져나가는 두 갈래로 갈라진 강.

강에 얽혀있는 슬픈 이야기가 유명한데, 오래 전 우애가 뛰어난 형과 동생이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으나 다시 만났을 때는 부족 간의 전쟁에 휘말려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었다. 이때 동생을 찌르는 것을 거부한 형은 치욕스러운 방법으로 죽임을

당했다. 형의 피가 땅에 흘러 한 쪽 강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본 동생이 오열하며 흘린 눈물이 나머지 한 쪽 강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 강줄기 중 더 크고 붉은 빛을 띄는 쪽이 '형' 강으로, 더 작고 맑은 빛을 띄는 쪽이 '동생' 강으로 불린다.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두 강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함께 몸을 담구면 화해하게 된다는 미신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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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초원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그대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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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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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도 안 날 만큼 어릴적 부터,

기억도 안날만큼 여러번 되풀이해 들었던 오래된 이야기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유년의 한자락, 친근한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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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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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에......

대지가 아기 손바닥만한 흙덩이고

호수와 큰 강은 개울만 했을 때

수미산은 무릎께에 오고

​하늘은 옅은 안개 덩어리에 불과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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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흐 텡그리(아버지 하늘)가 첫 숨을 내쉬고

​에투겐 에흐(어머니 대지)가 첫 기지개를 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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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하늘은 바람으로 가득 부풀어올라 지금 만큼이나 드높아졌고

​그제야 대지는 옹송그린 몸을 펼쳐 지금 만큼이나 드넓어졌다.

허나 높아지고 넓어졌다 한들 세상은 텅 빈 상태로 고요하기 그지 없는 바,

멍흐 텡그리(아버지 하늘) 에투겐 에흐(어머니 대지)

고요를 견디다 못해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다.

이를 달래고자 둘은 가장 높은 대지와 가장 낮은 하늘이 맞닿는 곳,

차강 잡사르 산의 꼭대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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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약속한 날이 되어 멍흐 텡그리가 차강 잡사르 산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에투겐 에흐는 온데간데 없었다.

에투겐 에흐가 약속을 어긴 줄로 안 멍흐 텡그리는 섭섭한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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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눈물이 지나간 길이 지금의 '비단 눈물 강' 자리가 되고,

​오목한 곳에 모여 고인 것이 '거울 그릇 호수' 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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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여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에투겐 에흐가 뒤늦게 차강 잡사르 산 꼭대기에 도착했다.

​에투겐 에흐는 아직 해도 달도 생기지 않아 어두운 세상에서

차강 잡사르 산을 찾을 수 없어 헤매느라 늦었던 것이나,

사정을 알 수 없었던 멍흐 텡그리는 울다 지쳐 돌아가버린지 오래였다.

에투겐 에흐는 멍흐 텡그리와 만나지 못한 것이 모두 어둠 탓이라 여겨 크게 분노했다.

에투겐 에흐는 분을 참지 못해 차강 잡사르 산에 굴러 다니던 돌과 쇠를 

​마구 맞부딪쳤는데, 그때 튄 불똥이 세상에 첫 불씨를 만들어냈다.

막 태어나 배가 고팠던 불씨는 당장 주위에 가득 찬 어둠을 살라먹었다.

​이때부터 불씨는 어둠에 맛을 들여 오늘날까지 줄곧 같은 것을 먹기를 고집한다고 한다.

불씨가 어둠을 살라먹어 밝아진 덕에 멍흐 텡그리는 하늘에서 에투겐 에흐가

차강 잡사르 산 꼭대기에 도착한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길로 황급히 달려 내려왔다.

둘은 마침내 약속한대로 차강 잡사르 산 꼭대기에서 만나 일련의 오해를 푼 뒤

오랜 시간 정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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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통한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는 슬하에 만 자식을 두었으니,

이들이 번성하여 오늘날 온갖 식물과 동물의 조상이 되었다.

세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는 전과 같은 불상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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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흐 텡그리는 어둠을 살라먹고 커진 불씨를 하늘로 올려

가장 큰 것은 해가, 둘째로 큰 것은 달이 되도록 하였고,

에투겐 에흐는 해와 달, 그 둘에서 떨어진 불똥을 지상에 남겨

추운 겨울날 곁에 꺼내 요긴히 쓸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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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상은 드디어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고,

​모든 것이 조화로운 호시절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신화가 그러하듯,

​세상의 호시절은 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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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이

생겨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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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살라먹지 않고 남은 어둠은 만물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모든 것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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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가장 큰 불씨인 태양이 지쳐 잠자리에 들고,

그보다는 작은 달이 얼굴을 비추는 동안에만 세상에 나와 기운을 뻗칠 수 있었다.

그 탓에 어둠- 개중에서도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들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가 세상을 지금 모양으로 만들기 이전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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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그림자 속에서 세상의 온갖 탁하고 음습한 것을 빨아들여

​언젠가부터 '망가스'라고 불리는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망가스: 몽골어 'magu(나쁜)'에서 유래한 말로, 몽골 신화나 전설에서 재앙과 재난을 불러오는 괴물 형상으로 등장한다. 한국의 요괴 개념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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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스는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의 만 자손들에게 앙심을 품고

그들을 이간질하여 세상에 천 가지 재앙과 만 가지 재난을 불러일으켰다.

 

조화로웠던 세상은 황폐해졌고,

하늘과 땅 곳곳에서 고통에 찬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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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스를 두고 볼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한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는 합심하여 망가스를 붙잡았다.

둘은 망가스를 조각 낸 뒤, 힘을 쓰지 못하도록 세상 곳곳에 묻어 봉인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 중 가장 진중하고 굳건한 성격을 지닌 이들을 지킴이로 임명

망가스가 봉인을 풀고 나오지 못하도록 힘을 누르는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안심 할 수 없었다.

망가스는 간악하고 요사스러워 그들이 그림자로 붙어 다녔던 존재의 형상을 훔쳐

종종 지킴이들을 속이고 봉인을 피해 달아나곤 했기 때문이다.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는 가장 용맹하고 날래며 지혜로운 이에게

지킴이를 도와​ 망가스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기기로 하고

차강 잡사르 산 기슭으로 만 자손을 모두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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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자손 중 많은 이가 감시자에 지원했지만,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가 내건

세 가지 시험을 모두 통과한 것은 독수리와 인간-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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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시험에 통과한 독수리와 인간을 살펴보자하니,

독수리는 용맹하고 날래나 지혜가 모자랐고,

인간은 지혜롭고 협동심이 뛰어나나 타고난 힘이 모자랐다.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는 고심 끝에 둘 중 하나에게 임무를 맡기는 대신

둘을 함께 감시자로 임명하기로 결정한다.

단, 감시자들이 모자란 부분 없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과 독수리의 혼을 한 데 묶어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나눌 수 있도록 하였으니,

​이때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의 힘을 빌어 혼을 묶은

최초의 인간과 독수리가 오늘날 독수리사냥꾼과 독수리 관계의 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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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독수리는 오랫 동안 지킴이를 도와 감시자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여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의 사랑을 받았다.

자연스레 만 자손 중 인간과 독수리가 그 으뜸이 되니,

인간과 독수리는 두 위대한 자연의 사랑을 대대손손 물려받으며 융성해

초원과 산지 곳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신화의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삭풍이 이는

오늘날의 초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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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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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의 오래된 전통

: 1년 여 간 진행되는 인간과 독수리의 연 맺기 의식

 독수리와 사냥꾼은 신성시하는 차강 잡사르 산을 중심으로 초원과 산지에 넓게 퍼져 살고

있으나, 3~4년에 한 번 씩 모여 인간과 독수리 간에 연을 맺어 혼을 나눌 이를 택하는 의식-

'화합년'을 진행한다.

 화합년은 1년 동안 진행되며,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이 되고자하는 인간이 자신이 본래 살던 곳에서 벗어나 차강 잡사르 산 아래 모인 후, 함께 생활하며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화합년이 끝날 즈음이 되면 서로의 의사를 물어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으로서 연을 맺고 짝이 될 이를 정한다. 연을 맺고 싶은 이가 없다면 정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나,

다음 화합년까지는 다시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급한 이들끼리 서로의 성향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짝을 지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세 가지 시험: 에투겐 에흐와 멍흐 텡그리가 내건 세 가지 시험에서 유래했다.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의 연 맺기가 지킴이를 돕는 감시자라는 역할이 희미해지고

사냥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오늘날에도 형식만은 유지되고 있다.

​ 화합년은 사냥에 도움이 될 독수리 혹은 독수리사냥꾼을 찾는다는 실용적인 이유 외에도,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른 부족의 인간이나 다른 산의 독수리를 만나면서 서로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분쟁을 미연에 예방한다는 의도를 담고있는 초원의 오래된 전통이다.

     화합년 의식의 주관자

 의식의 주관을 맡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경쟁을 막기 위해 화합년을 치룰

시기가 다가오면 차강 잡사르 산 일대에 사는 무당들은 모두 모여 화합년의 주관자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다. 경합의 내용은 다름 아닌 제비뽑기다. 옳은 제비를 뽑는 것 또한 무당이 모시는 옹고드(수호령)의 능력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때 뽑힌 무당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가자들의 의식주

 참가자들은 1년 여 간 함께 생활해야 한다. 물론 참가자들 스스로 자급자족하여 생활하기는

하지만 많은 인원이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먹고 자고 입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화합년 진행에 드는 일체의 자원은 품앗이 형태로 이루어진다.

 품앗이의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인간 부족의 족장들과 우두머리 독수리들의 협력 아래, 

화합년이 진행되는 해에 해당하는 십이지 띠를 지닌 인간 족장(혹은 족장에 준하는 이) 한 명과 우두머리 독수리 한 명이 대표자로 뽑힌다. 이 두 대표자는 의식을 주관하는 무당과 함께 화합년 참가자들을 통솔하며, 주기적으로 다른 족장들과 독수리들이 전해주는 먹을 것, 입을 것, 물건 등을 전달 받아 참가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명예로운 일이기는 하나 수고스러운 일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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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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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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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동반자이자 영원의 동반자를 만드는 일

: 인간과 독수리가 정식으로 독수리사냥꾼과

사냥꾼의 독수리로서의 관계를 확립하는 의식

* 좌측 이미지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품 사진 일부를 변형한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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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서

​우리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부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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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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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에 영혼이 묶인 인간과 독수리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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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이겨내는 영혼을 지닌 이 

 

     소개

 태초에 독수리와 연을 맺은 독수리사냥꾼을 시조로, 지금은 수십의 부족을 이루며 초원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대다수가 유목 생활을 하고 있다.

대체로 비슷한 생활 양식을 공유하고 있으나, 부족 별로 독립된 저마다의 관습이나 문화가 존재하기도 한다.

     화합년

 독수리사냥꾼은 나이에 상관없이 부족에서 어른으로 모셔지며 상당한 영향력과 발언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화합년에 참여하길 원하는 이가 많은 부족의 경우 참가자를 뽑기 위한 경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부족마다 상황이 판이하므로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제비뽑기를 하는 부족도,

족장이 직접 지목하는 부족도, 자체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부족도 있다.

​ 이 외에도 저들만의 다양한 방식으로 독수리사냥꾼이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차지할 이를 뽑아 화합년에 내보낸다.

 부족 별로 화합년 참가자를 내보내는데 특별한 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번에 많은

인원이 부족에서 이탈하게 되면 일손이 부족해져 한 해를 나기가 힘들 수 있으므로 한 부족에서 나올 수 있는 참가자의 수는 많아도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것 이상을 넘지는 않는 편이며, 더불어

참가자는 화합년 도중 진행되는 세 가지 시험과 여러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말을 타고 활을 쏠 줄은 아는' 이를 내보내는 것이 도의적으로 옳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능력이 되지 않는 이를 멋대로 내보내는 부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때로 낙오자가 나오기도 한다. 화합년에서의 낙오는 자잘하게는 부상부터 크게는 목숨이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무리한 지원자 선정은 주위의 큰 비난을 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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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독수리

: 가장 높이 나는 영혼을 지닌 이

 

     소개

 태초에 인간과 연을 맺은 독수리를 시조로, 지금은 척박한 산지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번식철이나 부부가 되어 알을 낳고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평생을 홀로 지내며

하늘을 누빈다.

     육신의 형태

 영혼이 자유롭기에 육신의 형태에 구속 받지 않는다. 하늘을 누빌 때는 우리에게 익숙한

깃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나, 대지에 발을 디딜 때면 원하는 만큼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다.

 

     

     수명

 인간에 비해 짧은 수명을 지녔다. 보통 30년 정도를 살며 그 이상 사는 것은 장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연을 맺으면 보다 긴 수명을 지닌 인간과 혼이 묶임에 따라 70~90년을 살기도 한다.

     우두머리 독수리

 특유의 호전성과 독립성 탓에 크게 무리를 이루지는 않지만, 힘과 지혜가 뛰어나고 나이가 많아 연륜이 있는 노장(老將) 독수리 몇을 종족의 우두머리로 여기며, 그들을 필두로 위기가 닥쳤을 때나 분쟁이 생겼을 때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나눈다. 근 십 년 전에는 열 명의

우두머리가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여섯으로 줄었다. 그러나 회의를 나눌 일은 부쩍

늘어 원래는 두어 달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했던 회의가 이제 달에 너댓 번 씩은 벌어진다.

     화합년

 인간에 비해 독수리의 수가 적기에 원하는 이라면 누구든 화합년에 참가할 수 있다. 화합년의 개최 여부는 독수리들의 회의에서 개최 3달~1년 정도 전에 미리 통보되며, 원하는 이는

그때부터 화합년에 대비해 깃을 고르고 발톱을 벼린다.

​ 대체로 화합년에 참가해 인간과 연을 맺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나, 일부 긍지 높은 이들이나 사정이 있는 이들은 인간과 연을 맺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특이한 이들일 뿐, 사냥의 편의성과 수명의 증대라는 두 가지 이유 만으로도 많은 독수리들은 인간과 연을 맺는 것을 선호하게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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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가 흔히 취하는 세 가지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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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에서 펼쳐질,

​혹은 이미 펼쳐져 있는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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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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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년 사이 초원은 급격히 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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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풀과 수원은 바싹 마른지 오래요, 가축과 짐승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살을 찌우는데 실패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겨울에는 연이은 조드*가 찾아와

많은 이들이 산 채로 얼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조드: 몽골에서 5~10년 주기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혹한과 폭설이 이어진다.

조드는 '차강 조드'와 '하르 조드' 두 종류로 나뉘는데, '차강 조드(하얀 조드)'는 눈과 추위가 함께 오는 것이고, '하르 조드(검은 조드)'는 눈은 내리지 않지만 극심한 추위로 가축들이 먹을 풀과 물이 부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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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나선 사냥에선 들쥐 하나 제대로 잡히질 않고,

그나마도 각고의 노력 끝에 손에 쥔 짐승 눈이나 귀가 두엇 씩은 더 달린

괴상한 형상을 하고 있는 둥, 사방에 흉흉한 기운이 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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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진 초원은 그 위에 이는 가장 작은 바람결 하나마저도 피비린내를 풍기게 되었다.

초원의 모두가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칼을 벼리고 발톱을 가다듬으니,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서 화합년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그러나 오히려 현 시국을 타개하고 초원의 조화를 되찾기 위해

화합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알음알음 흘러나온다.

의견이 일치하는 인간 족장들과 우두머리 독수리들은 비밀리에 회의를 치뤘고,

몇 번의 말싸움과 몇 번의 파장 위기라는 소동 끝에 

 

 

 

 

십 년 만에 다시금 화합년의 개최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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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갈가리 찢긴 초원의 평화 앞에서,

​화합년의 존속과 모두의 앞날은 오롯이 아직 연도 맺지 못한

사냥꾼과 독수리들에게 달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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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삭풍에 실린

뿔나팔 소리는

화합년의 시작을 알리며

​이미 귓가에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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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합년에서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 간에 짝을 맺고 혼을 묶는 것을 '연 맺기'라고 칭한다.

연을 맺고 나면 서로를 혼이 묶인 동반자로 대우하게 된다. 연 맺음 상대는 인간과 인간, 

독수리와 독수리 간의 그 어떤 관계와도 다른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며, 이는 꼭 연인 관계를 의미한다기 보다 가족이나 친구, 보호자 등의 의미를 넓게 포함한다.

 연은 연을 맺은 당사자 간의 동의 하에 풀 수도 있는데, 한 번 연을 맺으면 약 7년 정도를 함께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리 길어도 10년이 되면 연을 맺은 상대를 서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놓아줌의 미덕'과 '순환의 미덕'을 아는 것으로 여겨진다. 연을 풀고 나서는

다시 화합년에 참가해 다른 독수리나 독수리사냥꾼을 찾아 새로운 연을 맺을 수 있다.

​     매듭 맺기

 연을 맺은 이들 사이에 보다 깊은 신뢰와 확신이 존재한다면 서로의 영혼을 깊숙이 묶는 의식인 '매듭 맺기'를 통해 평생의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다. '매듭'을 맺은 경우에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독수리와 독수리사냥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며, 도중에 이를 풀 수 없다.

 매듭을 맺은 상대가 죽고 홀로 남겨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상대를 찾아 연을 맺을 수는

있으나, 대개는 홀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연 맺기 & 매듭 맺기 방법

 연- 혹은 매듭을 맺을 상대가 전해지면 한 쪽이 먼저 상대에게 널찍한 쟁반(여의치 않다면

널찍한 것 아무것이나)을 전달해 의사를 묻는다. 상대가 쟁반에 머리칼이나 깃털

담아 보내면 승낙, 칼이나 날붙이를 담아 보내면 거절의 의미를 띈다.

 

 상대가 승낙의 뜻을 전하면 둘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하늘이 온전히 보이고

땅바닥이 고르며, 조용한 장소가 으뜸인 것으로 여겨진다. 장소를 정했다면 새끼줄 하나를 챙겨 정해진 장소로 향한다. 도착하면 상대가 이전에 보내 준 머리칼 혹은 깃털을 꺼내 들고,

함께 챙겨간 새끼줄에 머리칼과 깃털을 함께 섞어 교차해 엮는다. 

그렇게 풀리지 않는 단단한 매듭을 쌍으로 든 후, 만든 매듭을 하나씩 나누어 가진다.

 이렇게 만든 '매듭'은 항상 보이는 곳에 지니고 다니며

자신에게 동반자가 있음을 알리는- 혹은 자랑하는 표식으로 삼는다.

때로 '매듭'을 보다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염색을 하거나 장신구를 덧붙이는 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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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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